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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장학재단 장학금 수상자 줄리아 강씨의 수기]

나는 자랑스러운 다문화 가정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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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보 취재부
기사입력 2012-09-11

 
나는 자랑스러운 다문화 가정의 딸
 
 

줄리아 강(강리아). / 럿거스대 대학원
 
[이 글은 9월8일 플러싱 대동연회장에서 열린 한미장학재단 동북부지역 제12회 장학금 수여식에서 장학금을 받은 뉴저지 럿거스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줄리아 강씨의 수기이다.]

처음 한국으로 이민 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영국에서 갓 건너와 모든 게 낯설기만 했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제 주위의 모든 게 너무 낯설어 3달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를 붙잡고 매일 학교가 끝난 후 남아서 저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다행히 그렇게 저는 점점 한국어와 문화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3녀 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보수적이고 순수한 혈통을 중요시하던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저를 주목했고, 작은 실수를 한다고 해도 제가 했을 경우에 더 크게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마다 같은 질문을 했고 저는 같은 질문에 매일 20년 넘게 답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늘 제가 한국말을 하면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한국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한국말을 잘해요?” 저는 항상 대답했던 답이 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한국 사람이고 어머니는 영국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영국에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와서 쭉 살아서 한국어를 잘합니다” 이렇게 하루에도 10번씩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항상 저를 보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많이 힘들고 부담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는 친구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정체성에도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사람으로 오해를 받고, 어머니의 고향인 영국으로 갔을 때는 제가 한국인임을 뼈저리게 느껴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자라오면서 느꼈던 사람들과 저 사이에 그 공간이 메워지지가 않아 늘 힘들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단 외모가 서양인 같다는 이유로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늘 괴리감을 느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인, 영국에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서 편하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지만, 그래도 마음속 한구석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을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붕 뜬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무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다문화 가정으로 태어났다는 것이 제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도 바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것입니다. 다름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갖고 있었으니까요. 어려서부터 해외로 여행을 많이 다니며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었고,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하며 자라 두 개국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으며, 문화 또한 자라면서 양쪽의 문화를 접하면서 살아온 덕분에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예의범절과 또 신사의 나라인 영국의 개인을 존중해주는 문화를 모두 경험하며 자랐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일을 하다가 현재의 미국인 남편을 만나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으로의 이민을 준비하면서, 제가 미국에 가서 미국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저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려대학교에서 제2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양성 과정을 알게 되었고, 그때 한국어교사의 길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완벽구사 한다는 점과 또 두 나라의 문화 또한 잘 알고 있었기에,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현재 저는 한국어 교사의 꿈을 가지고 럿거스 대학원 한국어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훌륭한 한국어 교사가 되어서 서양과 동양을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뿐만 아니라 문화를 전해주고, 또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국동포들에게도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이렇게 다문화 가정으로 태어난 것이 어렸을 때는 여러 가지로 힘들게 다가왔지만, 이제는 저만이 가진 무기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출처=한미장학재단 동북부지역 제12회 장학금 수여식 안내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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